3월의 마지막 날, 봄의 기운이 대전 곳곳을 감싸고 있다. 대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다양하다. 누군가는 이 도시의 소소한 매력을 이야기한다.

"대전은 화려하지 않지만, 조용히 마음을 끄는 매력이 있어요. 도심을 벗어나면 금세 마주치는 산과 강의 풍경 덕에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죠."

특히 서구 둔산동 일대는 대전의 행정 중심지이자 고층 빌딩과 상업시설, 공원이 조화를 이루는 곳으로, 현대적 감각과 여유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장소다. 대전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보라매공원과 정부청사 주변은 도심 속 쉼터이자, 이 도시의 리듬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이기도 하다.

"이곳에서는 급하지도 않고 너무 느리지도 않은 삶의 리듬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. 그래서 창의적 활동을 하는 데 적절한 자극을 받을 수 있죠."

하지만 이와 달리 "대전은 빵과 칼국수 말고는 별로 내세울 게 없는 곳"이라며 도시의 단조로움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. 더욱이 "일자리가 없으면 굳이 이곳에 머물 이유는 없다"는 현실적인 견해도 공존한다.

도시는 변화하고 있다. 그러나 이 변화가 과연 우리 삶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하는가? 도파민 디톡스를 실천하는 이들은 말한다. 자극에 중독된 채 살아가는 일상은 결국 우리를 더 무기력하게 만들 뿐이라고. 스마트폰 속 끝없는 스크롤, 끊임없이 추천되는 영상들, 즉각적 재미에 길들여진 우리의 뇌는 정작 아무것도 깊이 있게 받아들이지 못한다. 그런 면에서 대전이라는 도시는 하나의 쉼표처럼 느껴진다. 자극에서 잠시 멀어져 자기 삶을 재정비할 수 있는 공간.

최근 대전은 전통적인 과학도시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문화와 예술 분야에서도 성장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. 특히 4월 초에는 대전시립미술관에서 '빈센트 반 고흐전'이 전시될 예정이며, 서구 곳곳에서도 소규모 예술 전시와 음악회, 야외 공연 등이 이어질 예정이다. 시민들이 함께 도시의 잠재력을 키워나가는 과정은 분명 주목할 만하다.

봄을 맞아 조금씩 달라지는 대전, 그 조용한 도시에서 자극을 줄이고 자신을 마주하는 삶이 가능해질지도 모른다. 도시와 함께 변화하는 삶의 방식에 기대가 모아진다.